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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0년 당신의 10대 뉴스

이은숙 교장 선생님

예전엔 해마다 세모가 되면 신문과 방송에서 국내외 10대 뉴스를 추려 발표했습니다. 어린 나이에도 꽤나 관심을 가졌던 기억이 납니다. 언제부턴가 언론가에서 10대 뉴스를 발표하지 않기로 해서 지금은 볼 수 없습니다. 웹사이트를 검색해 보니 지자체나 기관, 블로그에서 자기 단체나 개인의 10대 뉴스를 올리는 정도입니다. 저도 2년 전부터 세밑에 ‘나의 10대 뉴스’를 꼽아보기 시작했습니다. 시간이 어떻게 지나갔는지 처음엔 생각이 나지 않아도 교무수첩이나 휴대전화 캘린더 등 기록을 다시 보다 보면 좋았던 일, 부끄러워 묻어두었던 일, 당시엔 몰랐으나 의미 있는 일들이 떠오릅니다. 그러면서 자신을 칭찬하기도 하고, 누군가에게 미처 못 한 감사와 사과를 하기도 하고, 다음 해의 위시 리스트도 자연스레 만들게 되었습니다.

학교는 본시 그 성격상 일 년의 계획을 미리 세워서 그대로 진행해 왔습니다. 그런데2020년은 그러지 못했습니다. 유난히 힘들었던 2020년 우리 학교의 10대 뉴스, 그 중첫째는 학사일정을 10번도 넘게 바꾼 것이 아닐까 합니다.

시작은 1월 벽두에 졸업식을 어떻게 해야 하나 부터였습니다. 3층 체육관에서 하면 좋겠는데, 감염병 상황이 갑자기 좋아지는 것을 기대할 수 없었습니다. 또 우리 학교의 자랑인 학부모회에서 가지런히 준비해 놓은 졸업 가운을 입을 것인가, 그러면 거리두기가 더 어려워질 텐데 등 따져보느라 혼란스러웠습니다. 이때만 해도 감염병 사태가 1년 이상 가리라는 생각보다는, 어서 바이러스 정체를 알아내어 입학식은 할 수 있었으면 하는 기대를 하였습니다. 결국 코스모스홀과 4층 교실에서 가운도 못 입히고 졸업식을 하고 나니 졸업생도 교직원들도 여간 서운하지 않았습니다. 이런 졸업식은 두고두고 이야기할 것이라고 하면서 말입니다. 그러나 이는 시작에 불과했습니다.

2월 교직원 워크숍을 마치고 신학년도 준비는 다 되었으나 3월 내내 학교 문을 열지 못하였습니다. 4월 9일 3학년이 일주일 먼저 원격수업을 시작하였고, 입학식은 학교소식 플랫폼을 통해 환영인사를 전했습니다. 신입생을 위해 준비한 선배들의 환영 프로그램, 재학생과 상견례는 등교 후 보완하기를 기약하며 그만 포기해야 했습니다.

처음 해 보는 원격수업을 위해 서둘러 연수를 하고 선생님들끼리 서로 배우고 가르치며 시행했습니다. 담임 선생님들은 등교를 하지 않으니 생활 리듬이 깨져 아침마다 늦게 일어나는 반 아이들을 깨우느라 몸살을 했습니다. 금요일마다 마감하던 원격수업 이수 상황을 중간부터는 주 2회로 늘려서 학습결손을 줄이고자 하였습니다. 원격수업을 준비하는 선생님들의 표정에는 ‘아이들이 등교하면 더 잘 배울 수 있을 텐데... 질문방에 더 질문하지 않는 이유가 무엇일까... 수업을 이해 못하는 아이들이 있으면 어떡하지… 한꺼번에 몰아서 하지 말아야 할 텐데... 이해가 될 때까지 거듭 보면 좋겠는데...’ 하고 걱정이 가득하였습니다. 1학기 중간시험을 치르고 나서는 걱정이 더 많아졌습니다. 우리 사회의 문제점인 양극화가 시험 결과에 더 심하게 보였기 때문입니다. 감염병 사태가 쉬 종식되기를 바라면서 한편으로 원격수업이 계속 될 것에도 대비해 교과별 학년별로 1학기를 돌아보고 2학기를 준비하였습니다.

우리 학교는 수업 외에도 각종 대회나 프로그램이 많은데 1학기동안 그 일정들을 이리저리 옮기느라 학사일정을 수도 없이 뒤집었습니다. 어떻게든 계획한 대로 하고 싶은 욕심에 궁리에 궁리를 거듭하였습니다. 일정 수 이상이 꼭 모여서 해야 하는 것들은 2학기에 하기로 하고, 원격으로 가능한 것들은 1, 2학기에 나누어 시행했습니다. 이리저리 옮기고 축소하여 시행하였으나 어느 해보다 학생들은 열심히 하였고 결과물도 좋아서 다소 위로가 되었습니다. 이렇게 학사일정 변동은 2학기에도 계속 이어져서 일 년 내내 우리 모두를 참 힘들게 하였습니다.

우리 선생님들과 학생들이 함께 학교에서 맘껏 수업하고 배우던 때를 회상해 봅니다. 이 좋은 공간에서 수시로 눈빛을 건네고 이야기를 주고받으며 공감과 통찰이 있던 순간들이 무척 그립습니다. 올해 3학년 진학 성적이 좋아 기뻐하면서도 1, 2학년의 내년, 내후년 진학을 걱정하게 됩니다. 원격 상황을 십분 활용하려고 하였으나 갑작스런 사태라 만족스럽게 하지 못한 게 여간 마음에 걸리지 않습니다. 그러한 시간을 보내며 우리 학생 여러분들의 마음고생은 또 어떠했을지 생각하면 더욱 안타깝습니다. 그럼에도 우리 학생들은 이 시간을 손 안의 모래처럼 보내지 않았으리라고 생각합니다.

다시 처음으로 돌아와서, 여러분에게 물어봅니다. 2020년 여러분의 10대 뉴스는 무엇입니까? 좋았던 일은 무엇입니까? 아쉬운 일은 무엇입니까? 여러분의 2021년 희망사항은 무엇입니까? 그 약속을 지켜나갈 준비는 어떠합니까? 여러분의 10대 뉴스를 응원하고 지지합니다. 여러분은 우리의 사랑이요 자랑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