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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0학년도 문학상 1학년 서평부문 (금상)

나의 삶을 책임지는 일_- 구병모, 『위저드 베이커리』, 창비, 2009

10521 임서연

서론

‘B와 D사이의 C가 인생이다.’ 프랑스의 철학자 ‘장 폴 사르트르’가 남긴 유명한 말이다. 출생(Birth)과 죽음(Death) 사이에 놓인 우리의 삶은 선택(Choice)의 연속이라는 이야기이다. 이 말은 우리에게 선택의 중요성을 일깨워준다. 사람은 누구나 살아가면서 선택해야만 한다. 오늘 저녁 메뉴를 선택하는 일부터 진로를 선택하는 일까지 크고 작은 선택을 하는 일은 누구도 피할 수 없다. 그렇다면 모두가 다 하는 그 선택은 왜 중요할까?

선택은 우리의 삶을 변화시킨다.

맛있는 빵 냄새가 절로 날 것만 같은 동화 이야기처럼 보이는 『위저드 베이커리』는 ‘마법’과 ‘빵’이라는 재료를 통해 선택과 책임에 대한 교훈을 우리에게 전하고 있다. 책의 주인공은 아버지와 아버지의 재혼 상대인 배 선생과 함께 산다. 주인공은 이 가정의 무관심 속에서 살아가고 있다. 그러던 중 배 선생의 딸 무희를 성폭행했다는 누명을 쓰고 도망쳐 평소에 자주 가던 위저드 베이커리에서 지내게 된다. 위저드 베이커리의 점장은 마법사로, 그가 만드는 빵과 과자에는 마법의 힘이 들어가 있다. 베이커리에서 일을 도우며 지내던 주인공은 배 선생이 자신을 해치기 위해 빵을 주문한 것을 알게 된다.
주인공은 배 선생에게 그 빵을 직접 갖다 주게 되는데, 이때 점장은 시간을 돌릴 수 있는 ‘타임 리와인더’를 주인공에게 챙겨준다. 주인공은 집에 돌아가 진짜 범인이 아버지였다는 것을 알게 된다. 배선생은 부자가 모두 범인이라고 생각하고 주인공을 죽이기 위해 달려든다. 이 이야기의 결말은 주인공이 ‘타임 리와인더’를 먹은 경우와 먹지 않은 경우로 나누어진다. 전자의 경우에서는 아버지와 배 선생이 재혼하기 전으로 돌아가 재혼을 막았고, 후자의 경우에서는 타임 리와인더를 먹지 못해 주인공이 고난을 극복하고 홀로 살아가는 모습이 나온다.
이처럼 이 책에서 한 이야기의 결말은 두 가지로 제시된다. 행동을 했을 경우, 하지 않았을 경우 말이다. 보통 책들은 결말에서 주인공이 한 가지의 선택을 하고, 그 선택의 결과를 보여준다. 그러나 이 책은 두 가지의 결말을 보여주어 속이 시원한 느낌이 들기도 했다. 이 책은 왜 굳이 이야기의 결말을 두 갈래로 나누었을까? 나는 그 이유가 ‘선택은 어떤 방향으로든 삶의 방향을 변화시키기 때문’이라고 생각했다.

선택에는 책임이 따른다.

선택은 삶을 변화시키는 힘을 가지고 있다. 한 선택을 하면 나의 삶은 전혀 다른 방향을 맞이하게 된다. 그러나 그 변화에는 책임이 따른다. 주인공은 위저드 베이커리에서 일을 도우면서 많은 손님들을 만나게 된다. 그중 교복을 입고 찾아왔던 학생은 자신이 빵을 구매한 선택을 마법으로 다시 되돌려 달라며 찾아오기도 하고, 한 여자는 자신의 선택을 후회하며 또다시 마법의 힘을 빌리려 찾아오기도 한다. 이때 점장은 학생에게 다음과 같은 말을 한다.

“평생 죄의식으로 괴로워하면서 살아라. …… 네가 저지른 일의 무게만큼 악몽을 꾸지 않고는 살 수 없을 거다. 잊을 만하면 꿈속에 그 애가 찾아올 거라고.” - 81쪽 -

사람은 자신의 선택에 책임을 져야 한다. 자신이 선한 의도로 한 일이든 악한 의도로 한 일이든 자신 앞에 놓인 내 선택의 결과물을 감당해야 한다. 그러나 책임지는 일은 쉽지 않다. 방금 등장한 학생은 평소 자신이 시기하던 친구에게 마음에 들지 않는 상대에게 먹이면 무조건 실수를 하게 만드는 ‘악마의 시나몬 쿠키’를 주었다. 그로 인해 그 친구는 자살하게 되었고 학생은 악몽과 죄의식에 시달리게 된다.
학생은 자신이 선택한 일에 대한 결과를 회피하기 위해 또 마법의 힘을 빌리고자 했다. 그러나 점장은 그를 차갑게 거절하고 자신의 선택에 책임질 것을 요구한다. 또 점장은 이와 비슷하게 마법의 힘을 빌리려는 한 여자에게 ‘틀린 선택을 했다는 것 자체가 잘못’이 아니라는 말을 건네기도 한다. 누구나 잘못된 선택을 할 수 있기 때문이다. 그리고 가장 중요한 것은 ‘선택 이후를 어떻게 사느냐’이기 때문이다.

“틀린 선택을 했다는 것 자체가 잘못이라는 게 아니야. 선택의 결과는 스스로 책임지라는 뜻이지. 그 선택의 결과까지 눈에 보이지 않는 힘에 의존하기 시작하면, 너의 선택은 더욱 돌이킬 수 없는 방향으로 나아갈 거란 말을 하는 거야.” - 118쪽 -

선택은 앞으로 나아가는 일이다.

그렇다면 도대체 ‘점장’은 어떤 자격으로 선생님처럼 그들을 혼낼 수 있는 걸까? 점장이 ‘선택을 함부로 남발하는 손님’을 차갑게 대하는 이유는 책의 뒷부분에 드러난다. 그는 몇 년 전 죽은 사람을 살리는 마법을 시도하여 사소한 인간이라 생각되는 길의 부랑자를 대상으로 마법을 시도하여 살려냈으나 그 ‘사소한 인간’이 하룻밤 사이에 점장이 특별하게 여기던 쌍둥이 손님을 포함해 다섯 명을 해치고 스스로 삶을 마감한 것이다.
나는 비로소 선택과 책임에 대해 이야기하던 점장의 말투와 손님을 대하는 그의 차가운 태도를 이해할 수 있었다. 선택은 의도와 상관없는 결과를 가져오기도 한다. 잘못되었다고 생각한 선택이 나중에 가서 빛을 발할 수도 있는 것이고, 옳다고 생각한 선택이 생각지도 못한 결과를 가져올 수도 있기 때문이다. 이 때문에 우리는 잘 선택할 수 있도록 고민하여야 하며, 혹시 그 선택이 잘못되었다는 생각이 들면 당연히 책임을 져야 하는 것이다.
점장의 지난 삶과 현재의 선택과 책임에 대한 태도는 우리에게 많은 것을 알려준다. 바로 선택은 나아가는 일이라는 점이다. 잘못된 선택을 한 것은 물론 책임져야 할 일이다. 그러나 그 속에 오래 머무를 필요는 없다. 내가 할 수 있는 책임을 지고, 다음에는 그와 같은 실수를 하지 않도록 더 나은 선택을 하기 위해 애써야 하는 것이다. 그런 의미에서 선택은 ‘계속 나아감’이다.

그는 아마도 정말은 그 쌍둥이를 살려내고 싶었을 것이다. 그러나 그렇게 하지 않는 것이 자신의 틀린 선택에 대한 책임을 지는 행위였다. 또는 앞으로도 틀린 선택을 하지 않기 위한 결심, 닫아걸음. 그것이 바로 선택을 함부로 남발하는 손님들을 차갑게 내치는 이유. - 176쪽 -

점장이 ‘선택을 함부로 남발하는 손님’을 차갑게 대했던 것은 자신도 실수한 경험이 있기 때문이었다. 이전에 경험했기에 선택과 책임의 중요성을 뼈저리게 알 수 있는 것이었다. 경험이 없는 사람은 이 선택의 무게가 얼마나 무거운지에 대해 알기 어렵다. 실수한 경험을 통해 신중함의 필요성을 알게 된 것이다. 그리고 점장은 이전과는 다른 삶을 살기로 선택한 것이다. 그것이 그가 지는 자신의 선택에 대한 책임이기 때문이다.

결론

틀린 선택을 했다는 것 자체는 잘못이 아니다. 그 선택에 대해서 책임을 질 줄 알아야 한다. 선택에 책임을 지고 같은 실수를 반복하지 않으려고 노력하면서 누군가는 혹은 어떤 사회는 더 발전하고 성장하기도 한다. 틀린 선택을 해서 마주한 결과가 누군가를 슬프게 할 수도 있고, 나에게 도움이 전혀 되지 않을 수도 있다. 그러나 우리는 그 잘못된 선택에 책임을 질 수 있고, 그 책임을 통해 조금 더 앞으로 나아갈 수 있다. 다시 말해 실수한 때보다 더 나은 삶을 꿈꿔볼 수 있다는 것이다.
우리 사회는 무언가를 잘못 선택하는 것에 대한 용납을 잘 해주지 않는 것 같다. 나도 나의 진로에 있어서 잘못된 선택을 하는 것에 대한 두려움이 크다. 가고 싶은 대학과 학과를 잘못 고르면 나의 삶은 어떻게 될 것인지 두렵기도 하다. 선택을 한 번 하면 그 결과를 돌이킬 수 없을 것만 같고, 혹시 내가 이런 것들을 잘못 선택한다면 주위에서는 나를 ‘실패자’로 여길 것 같기 때문이다. 사람들이 연예인의 작은 실수에 크게 분노하고 돌을 던지는 것 또한 ‘잘못한 선택’을 쉽게 용납하지 않는 사회 분위기 때문이라고 생각한다.
『위저드 베이커리』의 점장처럼 자신의 선택에 책임을 지고, 다른 사람들은 누군가의 실수를 용서해주고, ‘그래서 앞으로 어떻게 할 것인가’, ‘어떻게 같은 실수를 반복하지 않을 것인가’에 대해 고민하는 사회가 되었으면 좋겠다. 우리는 선택 이후에 벌어지는 상황을 마주해야만 한다. 그리고 어떤 방식으로든 책임져야 한다. ‘내가 한 선택’이기 때문이다. 그것은 내가 선택한 나의 삶을 책임지는 일이고, 또 앞으로 나아가는 일이기도 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