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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0년을 보내며

권승만 선생님

다사다난(多事多難). 일이 많은 가운데 어려움도 많다는 의미로, 아마 2020년에 딱 맞는 말이 아닌가 싶습니다. 그리고 학교야말로 가장 힘든 한 해를 보낸 장소 중 하나였을 겁니다. 학교생활의 첫 단추인 개학에서부터 어그러졌지요. 급작스런 온라인 개학, 그리고 뒤이은 학생 2/3 등교, 수능을 앞둔 온라인 수업 전환, 환자 급증에 따른 온라인 개학 연기 등 무엇 하나 계획대로 진행되지 않았습니다. 그렇게 시작된 한 해는 마지막까지 실내외 5인 이상 집합 금지로 끝나게 되었습니다.

이런 조치들이 내려질 때마다 학교에서는 이미 마련해두었던 학교 일정, 수업 계획, 평가 계획을 매번 바꿔야 했고, 갑자기 진행된 온라인 수업에 맞춰 새로운 준비를 해야 했습니다. 그러면서 동시에 생활지원부는 학교 방역을 책임지게 되었습니다. 학생들이 생활하는 교실 소독, 발열 체크, 동선 통제 등 이전에 하지 않았던, 아니 할 필요가 없었던 일들을 해야 했습니다. 무엇 하나 정답이 없는 상황에서 답을 찾아나가야 하는 상황에 직면하였습니다.
여러분은 어땠나요? 아마 별반 다르지 않았을 겁니다. 길어지는 온라인 개학으로 생활 리듬을 유지하기 어려웠을 것이고, 등교 이후에 치러지는 시험을 어떻게 준비해야할지 막막했을 것입니다. 선생님들마다 다른 온라인 수업 방식에 적응하는 데에도 애를 먹었겠지요.
학부모님들도 마찬가지였을 겁니다. 우리 애가 온라인 수업은 잘 듣고 있는지, 늦잠에 빠져 결석 처리가 되지 않는지 걱정이 많으셨을 테죠. 또 수업이 잘되고 있는지에 대해서도 생각이 많으셨을 겁니다. 학교의 방역 준비는 잘 되고 있는지도 의문이셨으리라 생각합니다.

그렇게 걱정 속에 이루어진 등교 수업. 여러분의 등교에 앞서 학생생활수칙 안내문과 동영상 제작, 학생 이동 동선 확보, 열화상 카메라 구입 등 만반의 준비를 갖췄지만 걱정이 앞섰습니다. 아무 일 없이 안전하게 등교 생활을 할 수 있을지가 가장 큰 의문이었습니다. 그러면서도 온라인 개학 기간 동안 흐트러졌을 여러분의 생활 태도도 바로 잡아야 했습니다.
그리고 여러분은 우리의 기대를 저버리지 않았습니다. 그간 치지 못한 사고를 한 번에 일으키겠다는 듯 각종 사건사고가 벌어졌습니다. 그리고 그 해결과 처리는 온전히 생활지도부의 몫이 되었습니다. 학년별로 다양한 일들이 계속 벌어졌고 예년에 비해 2~3배는 많은 에너지를 소비할 수밖에 없었습니다.

무엇보다 힘들었던 것은 한창 에너지를 발산해야 하는 여러분들에게 하지 말라는 것만 이야기할 수밖에 없었다는 점입니다. “마스크 벗지 마라” “교사 없이 체육활동 하지 마라” 등등. 가뜩이나 여러분에게 잔소리를 해야 하는 부서 특성상 평정심을 유지하는 데 애를 먹었습니다. 더욱이 1학년 학생들에게는 신나는 고등학교 생활을 만끽하지 못하도록 하는 것 아닌가 하는 미안함이 많았습니다.

이렇게 우여곡절 많았던 1년을 되돌아보면서 몇 가지 희망도 발견하게 됩니다. 어려움이 많았지만 우리 학교 선생님들은 결코 교육을 포기하지 않았다는 것입니다. 어떻게 해서든 여러분에게 좋은 수업을 하기 위해 모여서 회의하고 다른 선생님 수업도 참관하면서 자기 수업을 개선시켜 나갔습니다. 더 좋은 기자재를 확보하고 새로운 수업 방식을 모색해 나갔습니다.
그리고 위기에서 똘똘 뭉쳤다는 점입니다. 안타깝게도 확진자가 발생하였고, 즉각적인 역학 조사가 이루어졌습니다. 즉시 모든 정보가 수합되었고, 신속하게 진단 검사가 실시되었으며, 무사히 종결되었습니다. 이 과정은 선생님과 학생들의 참여가 아니었다면 불가능했을 겁니다.
학생들의 생활 태도도 크게 좋아졌습니다. 온라인 수업 참여도도 점차 개선되었고, 마스크 착용 수준도 좋아졌고 생활교육위원회(선도위원회) 회부 학생의 수도 크게 감소했습니다. 학생생활규정 준수도 잘 이루어졌다고 생각합니다. 이와 같은 학생들의 노력으로 여기까지 올 수 있었습니다.

내년에도 우리의 상황은 크게 달라지지 않을 것 같습니다. 모든 학생이 한번에 등교하지 못하는 올해와 같은 상황이 이어질 수도 있습니다. 그렇지만 위기 앞에서 뭉치고 점차 나아졌던 올해의 경험은 내년의 우리에게 큰 자산이 될 것입니다. 학생을 위한 교육에 힘쓰는 선생님과 선생님을 존경하고 배움을 위해 노력하는 학생이 함께 하는 것이 우리 학교의 참모습이니까요.